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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bs 2023. 1. 22.

 

90년대의 그 위대했던 밴드가 노래한 대로, Be Here Now.

(Sing a song for me.)


One from Let It Be. 사실 그의 취향이라면 그것보단 러버 소울이 더 같이 듣기 좋았을 것이다. 오붓하게, 둘이서, 따뜻하고 안락한 집에서 말이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차례가 바뀌어 이러한 계획은 헛된 꿈으로 흩어져 버리고 애초 약속한 시간조차 빠듯해질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않고 있었다던지. 그렇기에 키스 모비가 이럴 수는 없는 거야, 하고 투덜거리는 것이 근 30분 사이에 세 번째였다.우리한테는 오히려 잘 된 거란 걸 알잖아. 첫 순서보다는 중간이 낫지. 하는 베이시스트의 대답 역시도 굳이 세어본다면 세번째였다. 방금 전까지도 잔뜩 올린 파우더들이 코를 간질여 재채기를 하고, 결국 걸치게 된 자켓이 더운 데다가 불편하다는 둥의 투정이 이어지거든 재빨리 더 이어지기 전에 잘라내는 것 역시 훌륭한 동료의 역할이리라. 자, 불평은 그만하고 우리의 사랑스러운 드러머나 격려하라고, 이 순간 누굴 데려온대도 너와 바꾸진 않을 거라고, 너는 우리의 스타이고, 문이며... 그럼 너는 레논이나 피트란 거야? 아니, 난 나 자체로도 위대해. 다른 누군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나는? 넌 아직 멀었단 거지. 숨 편하게 쉬어. 시시덕거리는 이러한 대화 속에 웃음이 좀 섞이거든 직전의 팽팽한 공기가 한결 견딜만해진다. 지금 이 순간 귀에 들리는 음악이 끝을 향해 갈수록 바쁘게 마지막 점검을 하는 사람들로 부산스러운 백스테이지의 또 다른 열기, 이에 제대로 섞여 들어가기 시작하거든 줄이기로 맘 먹은지 이미 꽤 된 담배가 피우고 싶어진다던지 하는 또 다른 생각들 속에서 배회하게 되는 것인데. 스피커 박스 위의 누구 것일지 모를 담배 갑을 집어들고 하나 빼문 채 끝을 질겅거리기만 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렇지만은 못하다. 라이터 줄까? 하는 질문에 그렇다 아니다 대답하는 대신. 있잖아, 약속에 늦는 사람은 역시 별로지? 하는 영 딴 소리로 묻는 중에도 걸어가 마이크를 잡는 오른쪽 손은 진작 검게 물들인 인조 가죽으로 된 긴소매에서 빠져나와 스탠딩 마이크에 얹혀 있었다. 알맞게 박자에 맞춰 들어가기 위해 발을 작게 구르며 앞을 보는 순간엔 세계가 완전히 뒤집혀 돌아가 버린다. 생각들이 형태를 잃고 뒤섞이기 시작하면 꿈과 현실은 구분할 필요가 없다. 정확한 박자에 들어간 목소리가 노래한다.


그의 순서가 지나가 끝이 나거든 짧은 멘트들이 노래가 지나간 공백을 메운다. 다음 무대가 준비되는 동안 카메라는 군중들을 찍다 새로운 얼굴들을 향한다. 와, 다시 없을 멋진 무대였습니다. 그러니 다음에 누가 나오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방금 우리 차례가 끝났는데 이 뒤에 누가 나오든 우릴 잊긴 힘들 테니까.(물론 이러한 말들은 티비에 송출되지 않는다. 아, 그리고 온전히 키스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저희는 가담하지 않았어요. 어쩌고저쩌고. 백스테이지에서 오만하게 드나드는 발언들이야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누구나 직후에는 자기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착각 속을 행복하게 떠다니게 된다나. 블라블라.)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 바로 준비된 다음 무대가 시작된 것을 보며 마티어스 애들러 브라운은 방금까지도 그 전광판 속에서 노래하던 그 사람이, 그대로 전광판 밖으로 걸어 나와 무대를 내려와서는 자신이 있는 그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상상해본다. 카메라가 돌려진 이후에 그라면 급격히 싸늘한 밤공기에도 불구하고 이에 추워하는 기색도 없이 땀에 젖은 이마를 대충 훔친 뒤 벗어던진 겉옷을 챙겨 들었을 것이다. 악기들을 챙기는 스태프들을 지나 그는 버릇이라는 자각조차 없는, 직후의 고양감에 취해 주변의 아무나를 우왁스레 끌어안았다 놔주기도 하고, 눈가가 다 번졌어-하며 주변에 약간은 칭얼거리기도 하는 것들 이어지고. 나갈 때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나갔으니 절대 그걸 제대로 신고 돌아오진 않겠지. 차 안까지도 안 갔을 것을 주변의 만류로 겨우 차에 타고서야 벗어던지고 드러누웠을 게 분명하다. 뒤늦게 식은 열기가 추워 떨기 시작하거든 같이 탄 사람들이 그럴 줄 알았다며 한소리씩 하는 동안...

…무대 뒤의 그를 마티어스는 이제 그만큼 안다. 그런 사람이 무대 위에서만큼은 얼마나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처럼 빛나는지를 아는 만큼. 딱 그만큼만. 메시지 한통이 익숙한 발신자를 가지고 떠 있다.(한 해가 시작되기 30분 전, 또는 한 해가 끝나기 30분 전이다. 어느 쪽에서 보나 똑같은 시간의 길이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어느 성질 급한 사람이 시끄럽게 뛰어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이렇게 안 올 수가 있는 건데?' '기필코 에스컬레이트 있는 집에 살 거야.'  '아니, 단독주택이라던지-' 같은 포부를 궁시렁거리며 올라올만한 사람이 하기사 누가 있겠느냐고. 완전히 녹초가 된 키스 모비는 현관에 주저앉아 웃어 보인다. "여유롭게 왔어요."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나 마티어스는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아, 좀 추운 것 같은데..."

(명백한 거짓말, 이 역시 딱히 짚지는 않았다.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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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전,

그러니까 옆에 앉아도 돼요? 조금 더 가까이? 어쩌면 어깨 좀 닿을 정도로? 손 잡아도 돼요? 그 모든 질문에 꼬박꼬박 그가 그래요, 하고 대답하는 말을 듣고서야 키스는 제 손을 그의 손 위에 겹쳐 올린다. 방금의 말을 뒷받침하듯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차가운 손과 그만큼 차가운 금속들이 살갗에 느껴질 것이다. 만약 꽉 움켜쥐거든 서로의 손마디 사이에 배겨 아플 것 같은 장신구들을 빼내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팔찌는 그대로 두고 반지 몇 개를 빼서는 탁자 위에 올려둔다. 그렇게 깍지를 끼거든 사이에 거슬리는 것 없이 손과 손이 얽히는 감각이 익숙지 않다. 온갖 화려한 반지들을 틈과 틈 사이 완충제마냥 끼워두지 않은 채로는 지나치게 생생한 것만 같아서.

26초,

티비 속 사람들은 입을 모아 카운트다운을 센다. 26, 25, 24, 23…티비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밖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알 수 없으나 숫자는 계속 줄어들며 손은 금세 미지근해지고 매번 반복되던 질문도 몇십초간 멈춘 채-한 손에 완전히 덮이지 못하고 불쑥 튀어나오는 긴 손가락들. 붉게 튼 피부 겉면을 내려다보는 것은 눈을 맞출 자신이 없어서였다가, 아, 틈날 때 핸드크림 바르라고 말해줘야겠다. 마티어스가 종종 잊어버리는 만큼 키스에게는 종종 그 부분이 짚혔다.

19초,

그리고…

18초,

이제 키스해도 돼요, 마티어스?

17초,

(붉고 반짝이고 화려하고 두껍게 강조되어서는 빠르게 줄어드는 숫자들.)

15초,

그러니까 새해 기념으로요.

13초,

같이 보내는 걸 축하한다던지?

10초,

하지만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9초,

하고 싶은데.

8초,

… …

7초,

… … …

6초,

…물론 거절해도 완전 괜찮고요.

5초,

알다시피.

4초,

꽤 의연하죠. 그런 것에 있어서.

3초,

… …설마 지금 카운트다운 끝날 때까지,

2초,

기다리는 거라던지… …

1초,

와, 진짜 당신은…

https://youtube.com/watch?v=vn-X88PgIaU&si=EnSIkaIECMiOm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