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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of no return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 12.
Spotless Mind 우리 내일 바다에 가자. 한나가 말했다. 아마 여기처럼 높은 나무는 없을 테고 잎사귀와 나뭇가지 섞인 검고 비옥한 흙 대신 입자 고운 모래 또는 차가운 진흙이 서로 뒤섞여 우리가 신은 신발 밑창을 물들이고 그나마 마른 모래들은 신발 안쪽에 걸을 때마다 쌓여 발바닥을 간지럽힐 그런 곳에 가자. 해류란 것 따라서 헤엄칠 물고기를 품고 있을 곳, 물론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그러리라 믿을 수 있는 곳에. 차고 짠 바람에 연기 냄새가 실려 오거들랑 그것 따라서, 완만한 해안선을 따라 언제까지고 걸어갈 수 있는 곳으로. 물속에 내가 손을 담그려고 가까이 간다면 당신이 내 팔을 잡고 말릴지도 모르지. 그럼 나는 아마도 그냥 못 이기는 척 한 발짝 물러섰다가, 매번 다른 모습과 높이로 일어나서는 해변에 하얗게 부.. 2020. 10. 22.
Fuel to Fire 세상은 그래도 잘만 돌아갔다. 누가 죽든 그런 일쯤은 언제나 일어나기라도 한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창 밖의 그들은 점심 약속을 잡았고, 씁쓸하고 탄내 나는 커피를 내렸으며, 한쪽 방에서는 어설픈 하급 딜러의 화이트 칼라 손님들을 윽박질렀다. 누군가는 잡혀 들어와 뻔뻔하게, 혹은 겁에 질려서 변호사를 요구했고, 꼬질꼬질한 화이트보드에 프린터기가 갓 뱉어낸 따끈따끈한 자료들이 덕지덕지 붙었으며 누구와 누구는 눈이라도 맞았다는 듯 정수기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잡담을 하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이미 죽을 기미가 보이는 가엾은 화분에 물을 줬다. 같이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전화기가 울리는 소리, 걸어가는 눈 퀭한 이들의 손목에서 수갑이 짤랑이는 소리와 옅게 남고 섞여 메스꺼운 음식 냄새, 펜이.. 2020. 8. 21.
Destiny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0. 8. 18.